제27화
진서연의 얼굴은 단단히 굳어졌고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불만과 야망으로 번뜩이는 눈빛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굳게 닫힌 현관문을 한동안 노려보다가 결국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주머니, 저... 전에 연락드렸던 서연이에요. 수혁 씨가 아직 말씀 안 드렸죠? 저 임신했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조기 유산 조짐이 있다고 하셔서요. 운성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아주머니께서 이쪽으로 와서 저 좀 돌봐주실 수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놀라움이 묻어난 숨소리가 들리더니 곧 기쁨이 섞인 따뜻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말이니? 그 녀석, 한마디도 꺼내지 않던데. 걱정하지 마라. 내일 바로 가서 널 챙겨줄게.”
진서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네, 아주머니. 기다릴게요.”
통화를 마친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최지은이 한수혁을 불러들인다 한들 뭐 어쩌겠어.’
그녀는 한수혁의 어머니가 자기편에 서 있는 이상, 게다가 뱃속에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최지은과 한수혁의 결혼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
한수혁이 떠난 뒤 최지은은 홀로 저녁을 간단히 차려 먹었다.
그녀는 식사를 마친 뒤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며 무료한 마음에 휴대폰을 켰다.
그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SNS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임신했으니 어쩔 수 없지. 남자 친구가 약혼녀한테 가서 욕구를 해결하겠다는데 짜증은 나지만 난 마음이 넓으니까 이해할게.]
익숙한 닉네임을 확인한 순간 최지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굳이 댓글을 보지 않아도 온갖 욕설이 쏟아졌을 게 뻔했다.
진서연의 뻔뻔한 행태는 때로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운성에 있던 짐 대부분은 도성으로 보냈고 원래 가득 차 있던 단독주택은 텅 빈 듯 썰렁했다.
비어 있는 집을 바라보자 순간 허전함이 스쳤지만 그 감정은 곧 사라졌다.
내일은 우진그룹과의 협력 건으로 신재민을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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