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한수혁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차갑게 굳은 얼굴에는 억눌린 분노가 그대로 배어 나왔다.
하지만 최지은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 배가 고프면 밖에 나가서 먹어. 밖에 음식이 내가 한 것보다 더 맛있을 텐데.”
그 말이 단순한 조언일 리 없음을 한수혁은 너무도 잘 알았다.
얄팍한 조롱이 그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한수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함께한 지 몇 년인데 나한테 그만한 믿음도 없어?”
최지은이 고개를 들어 한수혁을 바라보자 그의 눈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그녀의 말이 너무 억울하고 모욕적이다는 한수혁의 당당한 태도에 최지은은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마치 죄인을 바라보는 듯한 최지은의 시선에 한수혁은 순간 분노가 폭발했다.
“회사에서도 이미 잘랐고 이유도 다 설명했잖아. 넌 도대체 언제까지 그 문제를 붙잡고 늘어질 거야?”
최지은의 눈빛은 미동조차 없었고 입가에 번진 조소는 점점 깊어져 마치 한 편의 연극을 구경하듯 그를 바라봤다.
“한수혁, 넌 내가 바보로 보여?”
그녀의 말에 한수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굴복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 불안을 분노로 덧칠했다.
그 변화마저 놓치지 않은 최지은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함께한 세월이 7년이기에 그녀는 한수혁의 얼굴 근육 하나까지 모두 읽어낼 수 있었다.
속내가 다 드러났음에도 한수혁은 여전히 자신이 완벽히 감췄다고 착각했다.
조롱이 어린 그녀의 눈빛에 한수혁은 수치심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
한수혁이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최지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화면을 확인하자 발신자는 다름 아닌 우진그룹의 신재민 대표였다.
그녀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한수혁이 불쑥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굳은 얼굴로 최지은을 노려보고는 곧바로 스피커폰을 눌렀다.
“최 대표님, 어제 말씀하신 건에 대해 자세히 검토해 봤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바로 계약하시죠.”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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