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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말해.” 차가운 한수혁의 말투에 전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상대방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혁 씨, 아주머니가 여기로 왔어요.” 한수혁은 더욱 어두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누구?” 진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혁 씨 엄마요.” 그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졌고 짜증과 불쾌함이 속을 가득 채웠다. 최지은이 부엌 정리를 마치고 나오자 한수혁은 이미 떠난 뒤였다. 그녀도 정장을 차려입은 뒤 이내 우진그룹 본사로 향했다. 최지은의 목적은 도성으로 돌아가 혁운그룹과 같은 그룹을 세우고 한수혁이 가진 자원을 모조리 빼앗는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9일, 그녀는 쉴 틈 없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한편, 한수혁은 분노를 안고 진서연의 집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그의 어머니와 진서연이 부엌에서 웃으며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듯 친밀하고 자연스러웠다. 한수혁의 어머니 얼굴에도 드물게 미소가 떠올랐는데 이런 모습은 최지은과 함께 있을 때는 절대 볼 수 없는 편안함과 온화함이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에 한수혁의 화는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엄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왜? 최지은한테 못 간다고 서연이한테도 오면 안 돼?” 채서희는 한수혁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손에 든 걸 내려놓으며 다가왔다. “어디 아파? 얼굴이 왜 이래?” 진서연도 따라 나와 한수혁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어제 집에서 나갈 때까지도 괜찮았잖아요. 갑자기 열이 왜 나요?” 채서희는 코웃음을 치며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봐도 뻔해. 최지은이 괴롭힌 거겠지! 애당초 사람 돌볼 줄도 모르고 게으른 애인 줄 알았어. 수혁아, 너 정말 최지은이랑 결혼하면 고생길만 열리는 거야!” 진서연은 이미 한수혁과의 문제를 채서희에게 털어놨기에 채서희도 최지은을 거침없이 언급했다. “엄마!” 한수혁은 자기 앞에서 최지은을 헐뜯는 채서희가 못마땅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지금까지 줄곧 최지은을 결혼 상대로 여기며 평생을 함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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