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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진서연은 용기를 내어 한수혁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낮게 말했다. “제가 지은 언니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 언니는 오빠 앞에서 마음껏 투정도 부리고 당당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언니와 다툴 생각은 절대 없어요.” 그런 그녀의 순종적인 태도에 한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서희는 짜증이 치밀었다. 진서연이 한수혁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는 반면 최지은은 강단 있고 쉽게 굽히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못마땅했다. “내 생각엔 아예 지은이랑 결혼은 그만두는 게 낫겠다. 마침 서연이가 임신까지 했으니 차라리 서연이랑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함께 새 가정을 꾸려.” 채서희의 속내는 단순했다. 진서연이 한수혁과 결혼해야만 뱃속의 아이가 비로소 정식으로 한씨 집안의 후손이 된다고 믿고 있었던 거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풀렸던 한수혁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 “엄마, 나와 지은이의 결혼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획대로 진행될 거예요.” 채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분위기를 감지한 진서연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럽게 말했다. “수혁 씨, 아침도 안 드셨죠?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 한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서연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채서희는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 “서연이가 임신까지 했는데 정말 저대로 내버려둘 생각이야? 도대체 최지은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친자식까지 외면하면서 걔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고열로 지쳐 있던 한수혁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서연이랑 아이는 먹고 사는 데 불편함 없게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엄마가 원하면 언제든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은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건 용납 못 해요.” 채서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주변의 눈을 의식해 재혼조차 하지 않고 한수혁을 홀로 키워왔다. 그런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채서희한테 아들의 말은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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