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입술을 깨물고 있던 진서연은 채서희가 부엌으로 들어서자 등을 돌려 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내 마음을 다잡은 진서연은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아주머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수혁 씨도 회사를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혁운그룹은 지은 언니와 함께 세운 회사잖아요. 두 사람이 헤어지면 회사에 큰 타격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지은 언니가 수혁 씨와 헤어지면 많은 돈을 가져갈 테고, 그렇게 되면 회사 운영도 어려워지겠죠.”
진서연의 말에 채서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걔는 이미 회사에서 물러나고 집에서 쉬고 있잖아?”
채서희는 최지은이 회사에서 손을 뗐으니 이제 혁운그룹은 한수혁 혼자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진서연은 차분히 법적 재산 분할과 이해득실을 설명해 주었고 조용히 듣고 있던 채서희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
“우리 수혁이 덕에 빛을 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큰돈을 나눠 가져? 회사는 죄다 우리 수혁이가 챙기는데.”
진서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법은 그렇지 않아요. 지은 언니가 회사에 피해를 줄 만큼 큰 잘못을 저질러야 수혁 씨가 회사를 혼자 차지할 수 있죠. 그런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어요.”
채서희는 대꾸하지 않은 채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진서연은 그런 채서희를 흘끗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전에 어떤 부부가 이혼 소송을 했는데 남편 쪽 변호사가 아내의 외도를 폭로했대요. 결국 아내는 재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최지은은 그럴 애가 아니야.”
비록 최지은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채서희는 그녀가 한수혁을 배신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진서연은 잠시 불만을 억누르다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저도 나중에 뉴스를 보니까 사실은 남편이 꾸민 일이더라고요. 아내를 몰아붙이려고 일부러 만든 오해였던 거죠.”
채서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진서연은 공손한 미소를 띤 채 덧붙였다.
“아주머니, 저는 수혁 씨가 제 아이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아주 고마워요. 다만 지은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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