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채서희는 한수혁이 건네준 카드를 손에 움켜쥔 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서연이가 아이를 낳으면 돈 들어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최지은한테 낭비할 필요가 있니? 외할머니 한 분 달랑 있는 외로운 애가 너 같은 사람한테 시집가는 것만으로도 복이지.”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진 한수혁은 말없이 채서희를 똑바로 바라봤다.
채서희는 입술을 깨물며 잠시 머뭇거리다 카드를 슬쩍 주머니에 넣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오늘 오후에 연락해서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
한편, 최지은은 우진그룹 신재민 대표와 계약을 마친 뒤 함께 점심을 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서민준에게 혁운그룹의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에 대해 진행 상황을 물어보려던 순간, 채서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한수혁이 채서희를 고향으로 내려보낸 뒤 채서희는 그 원망을 온전히 최지은에게 쏟아부었다.
명절이나 생일 때마다 연락해도 답 한번 없는 사람이었고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도 그냥 밥만 먹으러 갈 테니 알아서 하라며 손사래를 치던 사람이었다.
그런 채서희가 먼저 전화를 해 오다니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지은은 다음을 다잡으며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주머니.”
최지은의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채서희는 가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수혁이 이제 곧 결혼하는데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니?”
“아직 결혼식도 안 했잖아요. 그냥 지금은 아주머니라고 부를게요.”
최지은의 대답에 채서희는 잠시 화가 치밀었지만 한수혁의 당부가 떠올라 화를 삭였다.
“며칠 뒤면 결혼식이잖아. 결혼 선물로 너한테 금으로 된 액세서리를 해주고 싶은데 오늘 시내에 나온 김에 맞춰 두자.”
최지은은 채서희의 말투에 억지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동안 채서희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기만 했지 정작 자신이 받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곧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니 굳이 사양할 이유도 없었다.
“좋아요. 마침 저도 시간이 비니까 어디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모시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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