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채서희는 진서연의 감정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잘난 척 턱을 치켜든 채 한 번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몇 걸음 가던 그녀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진서연이 따라오지 않자 표정이 매섭게 굳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설마 내가 업어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진서연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채서희를 불러다 자신을 돌보게 한 걸 후회했다.
지난번 한수혁이 자신을 데리고 시골에 내려가 채서희를 뵈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분명 따뜻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게다가 최지은과는 오랜 앙금이 있다는 사실도 채서희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진서연은 당연히 채서희가 자기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상황을 보고 이리저리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삼켜야 했다.
“아주머니, 여긴 고급 아파트 단지라 입주민마다 기사와 차량이 다 있어서 택시가 잘 안 들어와요. 제가 그냥 휴대폰으로 택시 부를게요.”
채서희는 투덜거렸다.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최지은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휴대폰으로 택시를 불렀다.
그사이 채서희는 그녀 곁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아까 수혁이가 떠날 때 한 말 똑똑히 들었지? 당분간 절대 연락하지 마. 어젯밤 배 아프다고 난리쳐서 나랑 수혁이를 들볶은 건 이번만 넘어가 줄게.”
지금 한수혁은 최지은 덕분에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참이었다. 채서희는 그 누구도 아들의 앞길을 막게 둘 생각이 없었다.
진서연은 그녀 눈에 그저 아이 낳는 도구일 뿐이었다.
“너희 같은 여자들은 다 돈 보고 우리 수혁이한테 들러붙는 거지. 걱정 마, 우리 수혁이가 운성의 제일가는 부자가 되면 널 굶기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 제발 스스로 잘 처신해. 최지은 앞에서 허점 보였다간 내가 가만 안 둔다.”
진서연은 휴대폰을 꽉 쥔 채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이 마치 이리 떼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녀가 대꾸하지 않자 채서희는 팔꿈치로 그녀를 쿡 찔렀다.
“못 들었어?”
진서연은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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