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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한수혁은 분명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 했다. 예전 같았으면 최지은도 이런 자리에서는 그에게 체면을 세워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가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고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술이 위장에 자극을 주어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 최지은은 세심하게 챙겨주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도 그런 대접을 기대한다고? 어림없는 소리. 꿈도 꾸지 마.’ 최지은은 곁눈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종업원이 다가와, 정성스럽게 국 한 그릇을 그의 앞에 내주었다. 한수혁의 가슴이 미묘하게 오르내렸다.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의미심장하게 스쳐 가는 가운데 그는 꾹 참고 넘어갔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혁운의 중요한 고객이자 협력 파트너들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최지은의 작은 투정 때문에 품위를 잃을 수는 없었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한수혁은 이미 취기가 돌았다. 그는 강도윤 앞에서 혁운의 앞날과 전망을 거창하게 떠벌리며 강도윤이 혁운과 손잡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술에 취한 그의 거만함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반면 강도윤 역시 술을 꽤 마셨음에도 여전히 흔들림 없이 앉아 있었다. 눈빛은 담담했고 온전히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듯 보였으며 그가 얼마나 마셨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최지은은 그 극명한 대비를 보며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말수가 적고 위엄 있는 그녀의 할아버지가 강도윤을 두고 자신이 본 젊은 세대 중 가장 안정감 있는 아이라며 칭찬했던 기억이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조차도 이만큼의 무게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지은은 비록 강도윤을 정식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에 대한 칭송은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이런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단순히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과 부담을 떠안는 일이었다. 최지은은 왜 언니가 아닌 자신이 강씨 가문과 혼약을 맺게 되었는지 늘 의문이었다. 언니는 강도윤처럼 집안의 후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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