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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채서희의 말이 마치 벼락처럼 예식장 안을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최지은에게로 향했다. 그 속에는 탐색과 의심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정말인가?’ ‘설마 그런 영상이 정말 있나?’ 채서희는 더욱 기세등등해져 소리쳤다. “못 믿겠으면 내가 영상 돌려줄게요. 저년이 남자들 밑에서 어떻게 놀아났는지 전부 다 보게 해줄게요.” 이쯤 되니 그녀도 거칠 게 없었다. “수혁아, 최지은이 지금 이런 식으로 결혼식을 엎는 건 널 완전히 짓밟겠다는 거야. 지금 네가 한발만 물러서면 앞으로 평생 그년 발밑에 눌려 살게 돼.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저년은...”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수혁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한씨 가문 친척들 뒤에 숨어 있던 진서연의 팔을 확 잡아챘다. “엄마한테 진성준에게 연락하라고 한 거, 너지?” 그의 눈빛은 살기 그 자체였다. 진서연은 공포에 질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에요. 전 그런 적 없어요. 수혁 씨, 제발... 제 뱃속에 아이가 있어요. 제발 이러지 마요.” 진서연은 안간힘을 써가며 한씨 가문 사람들 뒤로 숨어들었다. 채서희는 태아를 지키려는 듯 급히 다가가 한수혁을 막아섰다. “수혁아, 제발 진정해. 다른 남자들에게 놀아난 여자 하나 때문에 서연이를 몰아세우면 우리 집안 장손이 잘못될 수도 있어!” 진서연은 채서희의 도움으로 한수혁과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진서연이 도망가려고 할 때 한수혁이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자 그녀의 몸은 뒤로 휘청이며 고꾸라질 듯 흔들렸다. “꺅!” 채서희는 당황해서 그의 손가락을 억지로 풀려고 했지만 남자의 힘에 당해낼 수 없던 그녀는 그대로 밀쳐져 나가고 말았다. 최지은은 여전히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띠며 아무렇지 않게 곁에 서서 눈앞의 광경을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한씨 가문 사람들은 한수혁의 덕을 꽤 많이 봐왔다. 한수혁은 개천에서 난 용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한씨 가문 사람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한수혁이 큰 실수를 저질러 체면을 잃는 모습을 원치 않았다. 그중 가장 연장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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