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이미 다른 남자한테 더럽혀진 몸인데 지금 이 난리를 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수혁이가 그런 너를 마다하지 않고 결혼해 주겠다는데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 아니야? 내가 그 영상을 공개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채서희의 독설이 예식장 가득 울렸다.
하지만 최지은은 그 말을 듣고도 미소를 머금은 채 싸늘한 눈빛으로 채서희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어떤 온기조차 없었다.
“무슨 영상인데요? 한 번 다 같이 보죠. 어떤 건지.”
그녀는 여유롭게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는 주눅이 든 기색도 현재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이 모든 상황을 손바닥 위에 올려둔 사람처럼 전장의 주도권을 쥔 듯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채서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실제로 그녀는 영상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진성준도 이 자리에 없었고 그녀 혼자만으로는 최지은을 더 이상 억누를 수도 없었다.
한수혁은 그녀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수혁이 조심스럽게 최지은 쪽으로 다가가자 진서연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시선이 다시 최지은을 향한다면 자신에겐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수혁 씨, 배... 배가 좀 아파요. 병원 좀 같이 가주면 안 돼요?”
한수혁은 냉랭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진서연이 휘청했지만 옆 사람이 겨우 붙잡아 넘어지는 건 피할 수 있었다.
“수... 수혁 씨.”
진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한수혁은 그녀를 외면한 채 어두운 표정으로 최지은 앞으로 다가왔다.
입술을 꾹 다물고 한숨을 내쉰 그는 감정을 눌러 담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지은아, 내 말 좀 들어와. 나랑 서연이는 정말 우연히... 나 정말...”
최지은은 한수혁의 말을 끊으며 비웃듯 미소 지었다.
“어때? 내가 준비한 선물을 마음에 들어?”
그녀의 눈빛에는 조롱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한수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지은아, 네가 화난 거 알아. 나한테 시간을 조금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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