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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심은우는 가슴이 아팠다. “난 앞으로 결혼 안 할 거야. 다른 여자를 만나지도 않을 거고...” “네가 스님이 된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윤지현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앞으로 너도 자유고 나도 자유야. 이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도록 하자.” “행복? 누구랑 행복할 건데?” 심은우의 머릿속에 곧바로 얄미운 조도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윤지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혼자 살면서 행복하면 안 돼?” 심은우는 그 순간 질투심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진짜? 앞으로 혼자 살 거야?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을 거야?” 심은우는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바랐다. 윤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씩 웃으면서 차분하게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먼저 가볼게. 안녕.” 윤지현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우아하면서도 단호한 자태였다. 심은우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가려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윤지현이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윤지현이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그래도 자신에게 약간의 미련이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차가 멀어질 때까지 윤지현은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았다. 공허하면서도 쓸쓸하여 뭐라도 잡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심은우는 이혼신고서를 찢어서 쓰레기통 안에 버렸다. ... 윤지현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이혼신고서를 내려놓은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우렸다. 그러고 나서 의자에 앉아 천천히 차를 마셨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기분이 복잡했다. 아주 긴 여정을 끝낸 것처럼 얼떨떨하고 허전했으며 아주 조금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울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홀가분함이 훨씬 더 컸다. ‘드디어... 끝났어.’ 윤지현은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으며 따뜻한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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