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화
윤지현은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어영부영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았다.
윤지현은 사람들을 차례대로 떠올려 보았다.
모든 친척과 친구들, 심지어 예전 동료까지. 확실하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진짜 임신이라고 해도 절대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다 윤지현은 문득 누군가 떠올랐다.
‘심은우!’
고유진의 말이 맞았다.
윤지현은 가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미친 짓을 할 때가 있었다.
고민하던 윤지현은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미친놈 심은우뿐이라는 걸 발견했다. 물론 심은우를 떠올린 윤지현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러나 심은우가 가장 적합한 후보인 것은 사실이었다.
심은우는 그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절대 조도현에게 비밀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사 오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결과를 알게 되더라도 기껏해야 예전처럼 굴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조도현에게는 상처가 되는 일이겠지만 윤지현은 본인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윤지현은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무언가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괴로웠다.
윤지현은 무릎 위에 뺨을 대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초점이 흐려졌다.
...
의사가 도착했다.
조도현이 김여명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김여명은 윤지현을 검진해 본 뒤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윤지현이 자신을 향해 눈을 찡긋거리자 김여명은 윤지현이 조도현의 관심을 받고 싶어 엄살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큰 문제는 없어요. 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그거 먹으면 될 거예요.”
“네.”
윤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도현은 질문을 몇 가지 더 했고 김여명은 가볍게 대답했다.
재벌가에 고용된 의사들은 실력도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눈치도 빨라야 했다. 윤지현은 조도현의 집에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우 감기일 뿐인데 조도현이 호들갑을 떨며 그를 부를 정도였으니 조도현과 아주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게다가 조도현의 태도를 보면 윤지현을 매우 좋아하고 아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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