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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그때 윤지현은 고유진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 누운 채 멍하니 있었다. 긴 머리가 부드럽게 흘러내린 윤지현의 모습은 한없이 나른하고 예뻤다. 고유진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윤지현의 머릿결을 매만졌다. 둘 사이에선 굳이 말이 없어도 편안한 친밀감이 묻어났다. 이런 친근한 행동은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조도현이 들어섰고 그의 시선이 순간 어둑하게 내려앉았다. “유진 씨, 퇴근하고 이렇게 한가했나 봐요.” 겉으론 평정한데 말끝에는 알게 모르게 서늘함이 배어 있었다. 그 말에 고유진은 한여름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맞은 것처럼 은근히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조금 전까지 고유진은 조도현이 완전 자기 멋대로라며 뒷담화했었는데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나자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방금 말한 걸 듣기라도 한 걸까 그의 눈빛은 너무 날카로웠기에 고유진은 괜히 찔렸다. ‘받은 것도 많은데 이런 때 제대로 한 마디 해줘야 할 텐데... 솔직히 이건 도현 씨 편 못 들어주겠어. 지현한테 준비 안 된 결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 받은 선물이야 다시 돌려주면 되지 뭐.’ 고유진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지현이랑 얘기 좀 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고유진은 단호하게 말하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또렷하게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때 윤지현이 천천히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도현 씨, 밥 먹었어요? 전 아직 별로 식욕 없어서... 유진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둘 다 전혀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조도현이 다가왔고 그의 눈길은 부드러워졌지만 그 속엔 짙은 집착이 깔려 있었다. “지현이가 안 먹어도 유진 씨는 배고플 거예요. 유진 씨는 나가서 식사하고 제가 여기 남아서 지현이랑 얘기 좀 할게요. 어때요?” 그는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서 있었고 방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알았어. 지현아, 그럼 나 먼저 나갈게.” 고유진은 윤지현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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