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8화
유씨 가문의 최고 어른인 박희경은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지더니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나씨 가문의 친척 아이들인데 너무 귀여워서 같이 밥이나 한 끼 먹으러 불렀다.”
‘귀엽다’는 말에 이정민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는 그 사람들 중 누군가가 할머니 손녀의 남편을 빼앗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하는 말인가?’
정말로 늙어서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순간 이정민은 가슴 속으로 이유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표정 뭐야, 혹시 아는 사이야?”
박희경이 물었다.
“아... 모르는 사이예요.”
이정민이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조씨 가문이 박희경의 생신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연성으로 올 텐데 그때 두 집 어른들이 주선하여 연결해 주면 일이 분명 성사될 것이라 믿었다.
오늘 운성에서 본 일을 말하면 딸의 마음이 불편해질 뿐만 아니라 박희경도 두 집안의 결혼 이야기를 다시 고려할지 모르기에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았다.
잠시 이정민을 바라보던 박희경은 한참 후 시선을 거두고 다시 유다정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정민은 자리를 찾아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박희경이 손녀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하며 위층으로 보낸 뒤 일어나더니 다른 방으로 향했다.
이정민이 박희경을 부축했다.
“말해 봐.”
박희경이 숨기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박희경의 생각을 모르는 이정민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을요?”
박희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며느리가 고작 둘인데 하나는 멍청하고 하나는 품행이 나쁘다.
이렇게 생각한 뒤 직설적으로 말했다.
“방금 그 사람들 알고 있지? 어떻게 알게 된 거니? 말해 보렴.”
두 사람은 다른 방에 들어왔다.
남북으로 통풍이 잘되는 차 마시는 룸, 병풍까지 걸려 있어 매우 고풍스러웠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안 이정민은 자리에 앉은 뒤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머니, 전에 도현이를 시켜 저를 따라 운성 산속 사찰에 가서 조씨 가문 사모님을 우연인 척 만나라고 하셨잖아요. 그 후 차화영이 따라와 방해해서 저와 도현이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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