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나는 몸을 굳힌 채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박진섭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뭘 원하죠?”
이 말은 맞은편에 앉은 부부, 주련화와 그녀의 남편을 향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맞대고 속닥거렸다. 곧 주련화가 고개를 들어 박진섭을 향해 아첨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박 대표님 맞으시죠? 딱 봐도 부자이신 것 같네요. 우리 집 이 죽일 년은 참 팔자도 좋네요, 박 대표님 같은 사람도 만나고요. 딱히 다른 뜻은 없고요, 이 계집애가 영문도 모른 채 대표님 댁에서 지내고 있는데 대표님께서도 뭔가 설명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당신들이 데려갈 겁니까?”
박진섭이 되물었다.
주련화는 잽싸게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아니요, 그럴 뜻은 없어요. 오늘은 그냥 상황이 어떤지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그리고, 대표님은 우리 딸을 데려가셨으니 뭔가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진섭은 가볍게 웃었다.
“돈을 원합니까?”
주련화는 고개를 떨구며 히죽 웃었다.
박진섭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얼마를 원해요?”
주련화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분명 박진섭의 재력과 나에 대한 태도를 재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 시선은 마치 물건을 훑어보는 것처럼 불쾌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곁눈질로 본 박진섭은 아주 태연했다. 심지어 눈가에 옅은 웃음기까지 있었다.
귀찮은 것을 집에 데려온 듯한 느낌은 없었고 돈을 뜯기게 된 상황임에도 전혀 성내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고 품격 있는 모습이었다. 전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사업가 같지 않았다.
어제 내가 강지연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진섭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으며 발산되던 위압감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에 어른거리는 웃음 속에만 은근한 냉기가 서려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화가 나지 않는 걸까? 누군가 돈을 뜯어내려 하는 것보다, 누군가 강지연을 사칭하는 게 더 화가 난다고?’
“4억.”
주련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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