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유은수는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일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계단 앞에 서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집안의 소리를 듣다가 한참 뒤에야 고개를 숙이며 씩 웃었다.
주말에 박진섭은 나를 데리고 나의 외삼촌이 될 사람, 강주언을 만나러 갔다.
장소는 승마장이었다. 마흔 살 언저리로 보이는 그는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늘 엷은 미소를 지니고 있었지만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승마복을 차려입은 모습은 스무 살 후반 청년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았다.
“박 대표, 이 아가씨가 네가 말하던 내 가짜 조카야?”
강주언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고 박진섭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입을 열었다.
“외삼촌.”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이 아가씨 제법인데? 어디서 이렇게 눈치 빠른 애를 데려온 거야?”
박진섭과 강주언이 몇 마디 인사를 나누는 사이, 나는 강주언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왜 송시후가 단지 내가 말만 꺼냈을 뿐인데도 그렇게 관심을 보였는지. 아마 우리 둘의 성이 같다는 점을 연결 지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박진섭은 정말로 나와 같은 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힘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 그것도 하루도 안 돼 모든 걸 맞춰놓았다. 박진섭이 등에 업은 정보망과 인맥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휴식 구역에 앉자 강주언이 나에게 물었다.
“올해 몇 살이지?”
“스물두 살입니다.”
“막 대학 졸업할 나이네. 우리 조카보다도 한 살 어리군. 기운도 좋아 보이고. 승마는 할 줄 아나?”
박진섭은 처음에 소개한 이후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고 그걸 눈치챈 강주언이 말했다.
“왜 박 대표를 봐? 넌 지금 내 조카야. 내가 물어보면 있는 그대로 답하면 돼.”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삼촌, 조금은 탈 줄 아는데 너무 빠르게는 못 타요.”
“그럼 우리 둘이 한번 해볼까?”
강주언이 일부러 나와 단둘이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게 보여서 나는 그대로 따랐다.
먼저 말 두 마리를 골랐다.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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