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그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을 때, 박진섭은 집에 없었고 임준호가 서류 뭉치를 내 앞에 내밀었다. 내가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임준호가 말했다.
“이건 지금 강연아 씨의 신분 자료예요. 강연아 씨가 원래 있던 그 집안은 이미 당신과 관계를 끊었고 박 대표님이 그쪽 사람들을 이곳에서 떠나게 하셨으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 당신이 알던 사람들과도 될 수 있으면 연락을 끊어야 해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가 새어 나가면 당신의 신분이 금세 드러날 거예요.”
임준호가 말하는 동안 나는 자료를 넘겨보다가 그 안에 내 외삼촌으로 설정된 사람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보게 되었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임준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제 외삼촌이에요?”
임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자료를 들여다보며 박진섭이 등에 업고 있는 인맥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강성에서 박진섭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과거는 마치 의도적으로 감춰진 것처럼 흐릿했고 그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건 이곳에 막 발을 들인 이 남자가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 단 2년 만에 회사를 뿌리내리게 하고 뿌리가 순식간에 깊게 박혀 누구도 뽑아낼 수 없게 만든 사람이었다.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가 등에 업은 인맥들이 어떤 경로로 생긴 것이든 그 자체로 강성에서 누구도 그를 위협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었다.
임준호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믿을 만해요. 여동생이 있었는데 아이 낳을 때 난산으로 죽었고 그 아이는 아직 해외에 있어요. 외부에 알려진 건 정확하지 않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마 며칠 뒤에 대표님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서 서로 익숙해지게 할 거예요. 이후에 송시후를 만나러 같이 갈 거예요. 다른 건 강연아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대표님과 그분이 상의해서 정할 겁니다.”
나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 아마 박진섭은 오전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이미 이 계산이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알맞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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