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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것도 나쁘진 않아. 세상일이란 게 한 번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림은 두고 가고 돌아가서 다시 잘 생각해 봐.” 박진섭이 그림을 다시 가져가자 나는 호기심에 물었다. “그림은 왜 가져가는 거야? 제대로 된 그림이 필요하면 내가 다시 그려줄게. 근데 이건 다 스케치일 뿐이고 여기저기 쓸데없는 표식도 많아서 가져가도 쓸모없을 거야.” “네 흑역사로 보관해 두려고.” 내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박진섭은 불쑥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 아직 네 그림 팔아먹을 만큼 궁하진 않아. 그냥 연구 좀 해보려고.” “그래.” 나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방을 나섰다. 마지막에 돌아봤을 때 박진섭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동자는 그림자에 가려져 그 속의 감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다음 날 점심 무렵 회사 동료가 갑자기 찾아와 밖에 누군가 찾아왔다고 했다. “누군데요?” 나는 도무지 누군지 예상할 수 없어 물었다. 찾아온 동료는 3팀 소속으로 우리 팀 사무실에 함께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곧장 나를 찾아왔고 내가 묻자 바로 대답했다. “어쨌든 누군가 기다리고 있어요. 내려가 보면 알 거예요.” 상대는 말할 때 눈을 피하면서 시선이 자꾸 아래로 내려갔다. 눈빛으로 보아 찾아온 사람은 분명 좋은 의도로 온 게 아닐 것이다. 나는 회사 안에서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고는 송시후 정도였다. 송시후가 날 만나려 했다면 굳이 회사 밖에서 기다릴 리가 없고 내 연락처도 있으니 바로 연락했을 것이다. 송시후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혹시 강유나예요?” 내가 갑자기 묻자 상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내 시선과 마주치자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어서 가 봐요.” 말을 마치자마자 동료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직 쉬는 시간이 한 시간도 넘게 남아 있으니 강유나를 만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강유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궁금했던 참이었다.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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