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하지만 내 눈가에 분명하게 잡힌 건 박진섭의 말을 들은 그 부부의 미묘한 표정 변화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사람을 주의 깊게 살폈다. “당신들은...” 내가 입을 열자 박진섭이 손을 들어서 막았다. 내가 괜히 나섰다간 가짜인 게 드러날까 봐 그저 곁에 앉아 있는 장식품 노릇만 하라는 뜻 같았다. 괜히 말이 많아지면 실수만 한다는 것이겠지. 나는 박진섭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자리를 만든 건지 알 수 없었다. 박진섭이 말하는 내 과거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결국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박진섭이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털어놓으면 돈을 주고 당신들을 떠나게 해 줄게. 하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면 돈은커녕 경찰에 넘길 수도 있어. 지금 강씨 가문의 큰딸인 강유나는 자기 친부모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원치 않을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면서 다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두 사람이 강유나의 부모라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늘 강유나의 부모는 어디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미 박진섭은 먼저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강유나와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리고 강씨 집안 부부는 강유나의 친부모가 살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건가? 갑작스러운 혼란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을 보았으며 머릿속에는 오래된 기억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날리며 엮이기 시작했다.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는 강유나를 고아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강유나를 떠올릴 때마다 어쩐지 그녀에겐 부모가 있다는 막연한 확신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강유나의 부모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박진섭은 계속해서 두 사람을 압박했다. “강유나가 날 만난 걸 알면 당신들을 가만둘 것 같아? 그러니 아는 걸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돈은 확실히 줄 거니까. 그리고 당신들 아들 말인데...” “말할게요!”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여자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여자는 먼저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박진섭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