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눈을 떴을 땐 창밖은 이미 새까맸고 방 안에는 희미한 불빛만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나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몸을 일으켰다.
밖이 조용한 걸로 보아 그 부부는 이미 떠난 걸까?
나는 목이 바싹 말라 있었고 머릿속엔 아직도 꿈속의 장면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나는 묻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았다.
문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 밖에서 임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대표님, 강연아 씨의 연기가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
대답은 대신 짧지만 묘한 정적이 흘렀고 나는 손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임준호가 말을 이었다.
“우리 전에도 의심했었잖아요. 강연아 씨를 누군가 일부러 보낸 게 아닌가 하고. 이렇게 절묘하게 강지연을 닮은 사람을 찾아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난번까진 큰 문제가 없어 보여서 경계를 풀었는데 오늘 보여 준 반응은 지나칠 정도였어요. 마치 일부러 박 사장님의 시선을 끌려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내 감정이 그들에게는 연기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 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자마자 임준호의 눈빛이 곧장 나한테 꽂혔으며 가늘게 찢어진 눈에는 노골적인 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두 사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임준호 씨, 저를 의심한다면 똑바로 제 앞에서 말하시죠. 제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임준호의 시선이 곧장 박진섭에게 향했다.
박진섭은 이마를 누르면서 어둡고 깊은 눈빛이 한순간 날 스쳤다.
임준호가 다시 나를 향해 차갑게 내뱉었다.
“강연아 씨는 의심스러운 점이 너무 많아요. 강지연 씨 사건이 커진 직후 나타난 것도 그렇고 처음부터 정확히 강지연이라는 이름을 말해 박 대표님 눈에 띈 것도 그렇고요. 이후엔 아예 강지연 행세를 했어요. 오늘 강연아 씨 반응은 더더욱 그 말을 입증하려는 듯했죠. 너무 계산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뭘 했다는 거죠?”
“네?”
“제가 당신들 회사 기밀을 훔쳤어요? 계획을 망가뜨렸어요? 당신들한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