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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임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지만 문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내 쪽을 향한 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결국 박진섭의 표정을 보고는 일단 믿기로 한 듯 자리를 비웠다. 임준호가 사라지자 박진섭이 내게 물었다. “넌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해?” “아무 생각 없어.” “생각이 없다고?” 박진섭이 놀란 눈길을 보내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난 잘 모르겠어.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 못 하지 않을까요? 왜 엄마가 일부러 친딸을 버리고 굳이 양녀를 들였는지.” 박진섭 역시 이 일을 전부 이해하진 못한 듯 침묵했고 순간 공기도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꿈속에서 희미하게 본 기억들을 떠올렸으며 늘 선명하다고 믿었던 장면들이 이제는 흐릿했다. 보육원에서 눈을 떴을 때 희미하게 기억나는 건 내 이름과 평소 밖에서 보던 사소한 사물들이었다. 글씨를 몰라서 벽에 단순한 그림으로 남겼지만 조금 더 커서 다시 보니 이미 형태가 희미해져 있었다. 꿈속에서조차 강씨 가문을 찾으려 헤매던 그 부분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깨어나 다시 기억을 붙잡으려 하면 머리가 아팠고 몸은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마치 그 기억을 떠올리면 엄청난 고통이 덮쳐올 것처럼.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나는 목이 메 목소리가 잠시 갈라져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언제 처음 강지연 씨를 만난 거야? 강지연 씨는 수년간 실종됐다가 다시 강씨 가문으로 돌아온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조금 전 그 부부 말대로라면 강 사모님이 처음부터 버린 거잖아. 그런데 왜 강씨 가문에서는 그렇게 애써 강지연 씨를 찾은 걸까?” 박진섭은 나를 똑바로 보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강지연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본 적 있어.” 나는 기억 속에서 그 장면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아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강씨 가문으로 돌아간 건지 알아?” “몰라.” “아니, 그때 이미 알고 지냈다면서?” “그저 스쳐 듯 본 게 전부였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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