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손희진은 마치 눈앞에 있는 내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박진섭과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매우 취해 있어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처음에 박진섭은 아무것도 없이 허름하게 시작했어요. 나는 돈을 들고 박진섭 곁에 갔죠.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주제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들을 건드려 문제를 일으켰어요. 그래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나는 사방팔방으로 인맥을 동원했죠.”
“그런데 왜...?”
“만약 마음속에 줄곧 강지연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나도 그냥 받아들였을 거예요. 내가 늦게 나타난 건 내 잘못이니까요. 처음 만난 사람이 내가 아니었다면 내 탓이니까.”
“하지만 강지연을 아주 빨리 잊고 그 마음을 강연아 씨에게 쏟아부었어요. 왜죠? 강연아 씨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를 향한 손희진의 눈빛에는 질투, 분함, 그리고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취해 비틀거리는 손희진을 보니 문득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한때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전혀 가치 없는 사람을 위해 내 모든 진심을 바쳤다. 내 마음을 그 사람 앞에 보여줬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
손희진을 바라보니 문득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져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손희진 씨, 그건 생각해봤어요? 어차피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니 그냥 놓아주는 게 어때요?”
“놓아주라고요?”
손희진은 처음에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술 때문인지, 놓아주라는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반응하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놓아줘야 해요? 네가 놓아주면 강연아 씨가 더 쉽게 차지하려고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손희진 씨가 놓아주지 않더라도 박진섭은 희진 씨 남자가 아니에요. 예전에도 희진 씨를 보지 않았던 사람이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희진 씨는 그저 박진섭의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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