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박진섭은 눈에는 살짝 의아함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내 목소리를 알아채고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어.”
흔들리지 않은 눈빛으로 아무런 감정 없이 대답한 박진섭은 아주 담담해 보였다. 마치 이 일이 아주 평범한 일처럼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내가 물어본 순간에도 박진섭은 예전 일을 떠올려야 대답할 수 있는 듯 잠시 침묵하기도 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다시 묻자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본 박진섭은 눈빛에 약간 탐색의 빛이 스쳤다. 그러고는 물었다.
“손희진이 너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냥 물어본 거야.”
잠시 침묵한 박진섭은 내가 한 말을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내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손희진이 나를 좋아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손희진은 이성적인 사람이야.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잘 알고 있고 매우 훌륭한 파트너야. 업무 능력도 탁월하고 일 처리 효율도 아주 빠르지. 사소한 감정들이기 때문에 손희진도 우리 사이에 가능성이 없다는 걸 깨닫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거야. 알아서 포기하겠지.”
“손희진이 포기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사실 그건 나랑은 별 상관없는 일이야.”
여기까지 말한 박진섭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강연아, 이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손희진 하나뿐만이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내가 일일이 신경 써주고 설득해서 마음을 접게 만들어야 하겠어? 나는 그럴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 다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일이야. 나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나랑은 상관없는 거고. 손희진이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미 두 번에 걸쳐 암묵적으로 말했어. 내 생각엔 나는 충분히 했다고 봐. 손희진도 머리가 말짱하다면 스스로 포기하겠지, 널 찾아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니라. 사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손희진이 업무에서도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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