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나는 박진섭이 정말로 내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그저 꿈을 꾸고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박진섭에게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반복해서 말했다.
그가 갑자기 눈을 뜨자 나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곧 박진섭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피곤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잠은 그에게 휴식과 편안함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곤하게 만든 것 같았다.
곧이어 박진섭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컵을 보고 불편한 표정으로 이불을 걷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지금 그는 편안한 옷을 입은 채 맨발로 카펫을 밟고 서 있다가, 잠시 기분을 정리한 후 신을 신고 문을 나섰다.
“대표님, 일어나셨습니까?”
박진섭은 소파 쪽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종이와 펜 좀 가져다주세요.”
가정부가 서둘러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나는 박진섭의 곁에 서서 그가 내가 알려준 번호를 종이에 적는 것을 보았다. 너무 흥분해서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웠던 나는 고개를 돌려 박진섭을 쳐다봤다.
“박진섭, 너 기억했구나!”
나는 박진섭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지만, 그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멈칫했다. 나는 조용히 옆으로 물러나며 박진섭이 펜으로 그 휴대폰 번호를 가리키고 있는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걸 지켜보았다. 그가 적은 번호가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자, 나는 더욱 기뻤다. 이는 내가 박진섭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박진섭!”
“박진섭!”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들 곁에서 조용히 지켜볼 뿐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들에게 말할 수 없었고, 그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나는 흥분해서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소리쳤다. 하지만 몇 번을 불러도 박진섭은 듣지 못했다.
나는 그제야 진정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박진섭이 꿈과 현실 사이의 어중간한 상태일 때만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진섭은 휴대전화를 들어 임준호에게 전화를 걸고 그 번호를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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