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박지한은 마치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소나무처럼 묵직하고 반듯한 기세로 다가왔다.
그가 내 옆에 서자 순식간에 주변 공기마저 달라졌다.
수년간 박씨 가문을 이끌어온 그답게, 젊은 나이에도 날 선 기운만으로 금세 아주머니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한미애가 인상을 찌푸리며 냉소 섞인 목소리를 냈다.
“고작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 어른들 앞에서 그게 무슨 태도야.”
박지한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예전에 온나연 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저랑 어머니가 병문안 갔던 거... 기억 안 나세요?”
한미애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어렴풋이 무언가 떠오른 듯한 눈빛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그럴싸하게 퍼지던 소문은 순식간에 힘을 잃었다. 하지만 정작 한미애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나는 서둘러 말을 끊고 그녀가 체면을 잃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벌써 오래된 일이잖아. 어머니가 얼마나 바쁘신데 그런 걸 다 기억하시겠어. 그보다... 무슨 일로 온 거야?”
한미애의 얼굴에 다시금 평정이 깃들었고 시선은 천천히 박지한을 향했다.
박지한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너 찾으셔.”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분위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어.’
나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먼저 다녀올게요. 어머님, 둘째 아주머니, 셋째 아주머니, 이따 뵐게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너무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던 탓일까.
다리에 힘이 풀리며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휘청거렸다.
그 순간, 누군가의 팔이 재빠르게 내 허리를 감쌌다.
박지한이었다.
그의 품에 안기듯 안겨 균형을 간신히 잡은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아?”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살짝 스친 그의 숨결만으로도 귀끝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그의 옷깃을 붙잡은 채 더듬더듬 입을 뗐다.
“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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