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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박지한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고 현관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뒤, 그는 운전대를 잡은 채 부드럽게 물었다. “오늘 즐거웠어?”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이렇게 많은 선물 받았는데 안 좋을 수가 있나.”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너만 좋다면 난 선물 없어도 좋아.” ‘선물 없어도’라는 말에 힘을 준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순간 마음이 쓰였다. 나만 한가득 선물을 받았고 정작 박지한은 아무것도 받은 게 없으니까. “그럼... 그 병풍 줄까?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준 것 중에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가져도 돼.” 신호에 걸려 멈춘 차 안, 박지한이 진지한 얼굴로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거여도... 줄 수 있어?” 그의 눈빛엔 장난기와 묘한 긴장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나는 단번에 그의 의도를 눈치챘고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괜히 그를 노려보듯 째려보곤 시선을 돌렸다. 차가 멈추자마자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바닥을 딛는 순간, 몸이 가볍게 풀렸다. 입에서 자연스레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허리가 감겨 들며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으악! 깜짝이야. 뭐야 진짜!”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고 박지한은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워지더니, 도망치려던 나를 가볍게 눌러 붙잡고는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은 서늘하고 맑은 향이 배어 있었고 나는 무의식중에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그러다 그가 살짝 내 입술을 깨물었고 놀라 입을 벌리는 사이 그의 혀가 능숙하게 파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그는 나를 놓아주었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의 품에 기대었다. 박지한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한 뒤 천천히 나를 침대 위에 눕히고 말했다. “목욕물 받아줄게.” 나는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 생각했다. ‘온시연, 너 진짜 빨리 안 돌아오면 네 남편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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