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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박지한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그건 왜 사는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날 분명히 그러셨잖아. 내년에는 꼭 증손자 안겨달라고.” 그는 나를 세면대에 앉히고 직접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넓은 등 뒤로 바라보며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근데 나 아직 아이 낳을 생각 없어. 아이 낳는 거 너무 아프잖아. 키우는 것도 힘들고...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박지한이 내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눈을 맞췄다. “걱정 마.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둘 다 다 챙길게.” 그 말 속엔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따라 욕조 안으로 몸을 담갔다. 박지한은 내 긴 머리를 조심스레 올려 묶어 주고 내 침울한 표정을 보며 살짝 웃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아이가 오고 싶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오게 하자. 응?” 그의 다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박지한의 ‘그 능력’이라면 한 달도 안 돼서 임신할 게 뻔했다. ‘설마 대리결혼 한번 했다고 내 인생을 다 내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 순간 머릿속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피임약! 그거 먹으면 되잖아.’ 마음 한구석에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는 듯했다. 따뜻한 물이 몸속 피로를 풀어주고 박지한의 섬세한 마사지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렇게 다정한 남편인데 괜한 원망을 했던 내가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 얼굴에 이 몸매에 이 태도... 그냥 돈 주고 고용한 남자 모델이라 생각하면 되지.’ ‘아니, 돈은커녕 오히려 나한테 돈도 많이 보내줬잖아.’ 그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그 평온함도 오래가지 않았다.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려다 목덜미에 선명한 핑크빛 자국을 발견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빠, 이거 봐. 오빠가 한 거잖아.” “미안. 근데 참을 수가 없었어.” 그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사과하자 나도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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