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송기영은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그 역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는 듯했다.
나는 짜증이 나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고 고통스레 눈을 감았다.
“몰라.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
송기영은 한참 침묵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낳으면 안 돼.”
주소연도 맞장구쳤다.
“온나연 언니, 맞아요. 언니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참이잖아요. 지금 아이를 낳으면 언니 발목을 잡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만약 언니가 다시 국내로 돌아간다면 이 아이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고 한참을 그렇게 멈춰 선 채 울음을 참았다.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꺼낼 수 없었지만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줘.”
송기영과 주소연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말없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조용히 내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의사는 내가 임신한 지 겨우 8주가 되었고 태아는 체리만 한 크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배는 여전히 평평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끼며 조심스레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미래에 꼭 나를 닮은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나는 그 아이를 반드시 낳고 싶었다.
내 피를 나눈 존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혈육 진정한 가족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결심을 전했다.
주소연은 충격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하루 만에 결정한 거예요? 너무 성급한 거 아니에요?”
나는 손을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난 충분히 생각했어. 이 아이는 반드시 낳을 거야.”
주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 어떤 결정을 하든 난 다 응원할게요.”
그러자 송기영이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난 반대야.”
주소연은 어이없다는 듯 송기영을 바라보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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