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송기영 말이 맞았고 임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겨웠다. 심한 입덧 때문에 먹는 것마다 토해냈고 입맛도 갈팡질팡 변했다. 예전엔 좋아하던 음식은 갑자기 싫어졌고 원래 싫어하던 음식들은 여전히 내 입을 거부했다.
송기영은 집안에서 요리를 책임지는 남자라 매일 부엌을 떠나지 않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임신이 깊어질수록 태아가 내 장기를 누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찾아왔고 밤이면 잠들기조차 힘들었다. 송기영과 주소연은 정성을 다해 내 곁을 지켰지만 의사는 내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걱정했다.
출산 대에 누워 떨리는 마음을 안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주소연의 손을 꼭 잡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제발 아이만은 꼭 살려줘. 아이를 위해 많은 돈을 모아뒀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야. 비밀번호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송기영이 끼어들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겐 권리가 없어. 네가 뭐라 해도 소용없어.”
출산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모든 고비를 넘기고 나는 건강하고 예쁜 여자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보름달이 환히 뜬 밤에 태어나 ‘만월’이라 이름 지었고 애칭으로는 ‘희망’이라 불렀다.
출산 직후 나는 거의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없었다.
송기영은 겉으로는 희망이를 귀찮아하는 듯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베개를 안고 아기 안는 연습을 하던 그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희망이를 아끼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소연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직 어린 그녀는 마치 자신의 딸처럼 희망이를 돌보았고 능숙하게 기저귀를 갈며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했다.
그들의 따뜻한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나는 디자인학과 시험에 합격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기를 키우며 공부를 병행하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희망이의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모든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시간이 흘러 희망이는 무럭무럭 자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