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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젠 필요 없어

밤바람은 서늘했고 강지연은 혼자 단지의 가로수길을 천천히 걸었다. 갑자기 정면에서 눈이 아릴 만큼 밝은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강지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곧 불빛이 꺼지고 차 문이 열렸다. 운전석에서 키 큰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진태경이었다. 진태경은 차 옆에 서서 묵묵히 강지연을 바라봤다. 강지연이 혼자인 걸 확인하자, 밤새 팽팽하게 곤두섰던 신경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두 남자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설명하기 어려운 초조함을 잠시나마 가라앉혔다. 진태경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강지연은 진태경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야말로 질긴 집착이었다. 강지연은 시선을 거두고 더는 눈길 한 번 주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걸어갔다. “멈춰.” 진태경은 몇 걸음 다가가서 강지연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녀를 내리깔아보았다. 오후의 일은 이미 확인이 끝난 상태였고 먼저 잘못한 건 임다은이 맞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진태경은 스스로 강지연을 찾으러 내려왔고 그 자체가 엄청난 체면을 차려주는 것이었다. 진태경은 절대 남에게 사과하는 습관도, 변명하는 습관도 없었다. “오후 일은 오해였어.” 진태경은 여전히 높은 곳에서 모든 걸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였다. “블루오션 프로젝트는 계속해. 계약은... 내가 돌려줄게.” 진태경에게는 이만큼이 최대로 양보한 선이었다. ‘이제 놀라거나 최소한 한숨 돌리는 표정이 나오겠지...’ 그러나 강지연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지연은 그저 고개를 들어 낯선 사람을 보듯 진태경을 바라봤다. “필요 없어요.” 차갑고 담담한 한마디였다. 강지연은 한순간도 더 머물지 않고 진태경의 곁을 빙 돌아 카드키를 찍고 정문 안으로 사라졌다. 진태경은 그 자리에 굳어 섰다. 천천히 몸을 돌렸을 때, 보이는 건 계단실 입구로 사라지는 가느다란 뒷모습뿐이었다. ‘이렇게 그냥 간다고? 아무런 말도 한 마디 없이? 좋아. 역시 강지연이네. 배짱 하나는 인정해야 겠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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