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구제 불능
다음 날 새벽, 진태경의 개인 별장에서는 전례 없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임다은은 맞지도 않는 남성 셔츠 하나를 걸친 채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물컵을 들고 하얀 알약 하나를 손에 쥔 채 덜덜 떨었다.
“임다은 씨, 얼른 드세요.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임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김영옥을 올려다보았다.
김영옥은 수수한 치마 차림으로 소파 정면에 앉아 구슬을 굴리며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 제발...”
임다은이 무릎으로 바짝 다가가 김영옥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다.
“태경이랑... 저는 이 정도까지 왔어요. 제발 허락해 주세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영옥의 눈빛이 번뜩였다.
탁!
구슬이 탁자 위에 세차게 내려앉았다.
“누가 네 할머니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태경을 입에 올리는 거야.”
김영옥은 화가 나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며칠만 눈을 떼면 이 여자는 또 사고를 치고, 이번에는 집안까지 시끄럽게 만드네. 정말 재수 없어.’
“미리 말해 둘 게. 우리 진씨 가문의 대문은 네가 평생 다시는 넘나들 곳이 아니야.”
말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얼음처럼 임다은의 귀에 박혔다.
“너 같은 부류의 사람은 우리 가문을 절대 감당 못 해.”
그 말에 임다은은 울음이 뚝 멎고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때,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다.
진태경이 관자놀이를 짚으며 비틀비틀 내려왔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상반신은 벗은 채 양복바지만 걸친 몸에 애매한 손톱자국이 몇 줄 남아 있었다.
진태경은 거실의 풍경을 보는 순간 굳어졌다.
김영옥의 분노와,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서럽게 우는 임다은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진태경의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
김영옥은 그런 모습의 진태경을 보자 더더욱 혈압이 치솟았고 손가락으로 진태경을 가리켰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다리가 풀린 채 겨우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젯밤에... 사모님이 다녀가셨어요. 사모님이 도련님이랑 임다은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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