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많이 봐준 거네
사흘 뒤, 제국에서는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물론 지질학적인 의미의 지진이 아니라 권력이 재편되는 거대한 판도 변화였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박민재 최고사령관은 ‘군공 가로채기’, ‘민간인 탄압’ 등 여러 중죄로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며 발악하듯 변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석의 커튼 뒤에서 짙은 회색 군복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모든 게 끝났다.
한진우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시선에, 박민재는 그대로 주저앉아 자신이 저질러 온 더러운 일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알고 보니 이전에 전사했다고 알려진 일 역시 박민재가 꾸며낸 자작극이었다.
눈엣가시였던 인물들을 제거하고 신분을 바꿔 적국에서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연출이었던 것이다.
한때 제국의 영웅으로 떠받들리던 그는 하룻밤 사이에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선고가 내려지던 날, 한진우는 법정에 가지 않았다.
그는 노란 오리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를 위해 붕어탕을 끓이고 있었다.
“붕어는 싱싱한데 가시가 많아서 내가 다 발라냈어. 걱정 말고 먹어.”
우윳빛으로 뽀얀 국물을 담은 그릇을 내 앞에 내려놓으며 한진우는 늘 보던 그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어깨에 달린 눈부신 계급장이 아니었다면 눈앞의 이 ‘아내 바라기’와 군부 전체를 벌벌 떨게 하던 총교관이 같은 사람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진우 씨, 박민재 무기징역이래.”
내가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하자 한진우는 잠시 손을 멈칫하더니 이내 무심한 듯 답했다.
“많이 봐준 거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새우 한 마리를 더 까 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얘기는 그만하자. 입맛 떨어져. 그보다 다은아, 나 도서관 일 그만두고 집에서 애 보면서 지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이에 나는 하마터면 국물을 뿜을 뻔했다.
“미쳤어? 당신이 총교관인데 나라에서 그걸 허락하겠냐고.”
한진우는 새로 맞춘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진지한 얼굴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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