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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퇴원 절차를 마친 뒤 이소희는 친구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다며 이민준을 그 자리에 데려갔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가운데 앉아 있는 유지훈과 최가인을 본 순간, 이민준은 얼굴이 확 굳어졌고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온 힘을 다해 그의 팔을 붙잡은 채 설득했고 그제야 이민준은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주변의 친구들은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유도했다. 그 틈을 타 최가인이 먼저 이민준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민준아, 그날 내가 병원에서 물에 빠진 건 정말 사고였어. 지훈이는 내가 다칠까 봐 너무 걱정한 나머지 흥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거야. 이 일로 너희 둘이 계속 냉전하면 나도 소희도 마음이 너무 불편해.” 그녀가 먼저 그날의 일을 언급하자 이민준은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싸늘했다. “지훈이가 소희한테 사과하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러자 유지훈은 그를 흘겨보며 반박했다. “소희가 먼저 가인이한테 사과하면 나도 사과할게.” 그들이 다시 불붙을 기세를 보이자 친구들이 급히 나서서 분위기를 눌렀다. “야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끼리 뭘 그렇게 따져. 다 같이 술 한 잔씩 하고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 어때?” 최가인이 가장 먼저 잔을 들었고 그걸 본 유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장 일어나 그녀의 잔을 가져와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러고는 빈 잔을 이민준 앞에 놓았다. 그러자 이민준도 술을 한 잔 들이켰고 룸 안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졌다. “지훈아, 네가 이렇게까지 가인이의 말을 잘 듣는 걸 보니, 앞으로 우리가 술을 마시자고 부르면 너 가인이 허락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친구들이 놀리자 최가인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고 유지훈을 살짝 밀었다. 그제야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가인이 지금 생리 중이라 술을 못 마셔. 남편 될 사람이 대신 나서는 게 뭐가 문제야? 결혼하고 나면 내가 어디 가서 뭘 하든 가인이한테 미리 말하는 건 당연한 건데 왜 그렇게 유난이야.” 그 말에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역시 가인이는 대단해. 여자한테 관심도 없고 까칠하기로 유명한 재벌가 도련님을 아내 말만 듣는 사람으로 만들어놨잖아. 둘이 아주 보기 좋네.” 이때 이소희는 말없이 그런 농담들을 듣고 있다가 예전만큼 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이민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슬쩍 웃으며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잠시 후 다들 게임을 하자며 떠들었고 최가인은 규칙을 잘 몰라 연달아 열 판 넘게 졌다. 그녀가 벌칙으로 마셔야 할 술이 테이블 가득 쌓이자 유지훈은 조금의 불평도 없이 웃으며 전부 마셔버렸다. 잔을 하나하나 비우는 그의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던 이소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녀가 손을 씻고 나와 다시 룸으로 돌아가려는데 복도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그거 알아? 나 자기를 처음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어. 그런데 자기가 늘 나한테 차갑기만 해서 나를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고백도 못 하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어.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한 사람을 사랑하면 이렇게 불안해지는 거구나 싶더라고.” 술에 잔뜩 취한 유지훈은 최가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를 부축하고 있는 최가인은 쑥스러워하며 애교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래서 그런 방법까지 생각해 낸 거야? 소희를 핑계 삼아 나랑 가까워지고 나를 네 여자 친구로 만들려고? 그렇게까지 나를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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