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또다시 마주친 역병 같은 그 남자
진우현은 그릇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려 수십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진우현은 목젖이 두 번 가볍게 들썩이더니 이내 성큼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아 젓가락을 집어 들고는 굳은 얼굴로 지시했다.
“배달비랑 심부름 값은 바로 보내줘.”
주석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마 안 받을 거예요. 차라리 이번 달 성과급에 보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진우현은 잠시 멈칫하며 눈을 들어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자는 거야? 차라리 네 부서로 이동시키지 그래.”
그 속뜻을 알아챈 주석훈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진 대표님. 제 불찰이에요. 지금 바로 이체할게요.”
주석훈이 서둘러 방을 나가자 진우현은 혼자 앉아 조용히 짬뽕을 먹었다. 몇 분도 되지 않아 그릇은 바닥을 드러냈고 국물마저 거의 남지 않았다.
뜨끈한 기운이 속을 데워주자 오랜만에 편안함이 찾아왔다. 진우현은 몸을 젖혀 소파에 기대며 무심코 버려진 봉투 위의 종이쪽지에 시선을 멈췄다.
[맵지 않게 해 주세요. 날씨가 추우니 보온 비닐을 몇 겹 더 싸 주시고 국물도 넉넉히 부탁드립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메뉴 이름은 프리미엄 짬뽕이었고 가격은 5800원이었다.
진우현은 잠시 글귀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고 외투를 집어 입은 채 밖으로 향했다.
주석훈은 곧장 운전기사를 불렀다.
“진 대표님, 외상값은 끝내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월말 급여에 포함시키는 게 좋겠네요.”
진우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퇴근 준비를 하던 강지연은 낯선 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뜨자 본능적으로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지연아.”
안재우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강지연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면서 곧장 전화를 끊었다.
마지막으로 안재우를 마주했을 때 번호를 차단해서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다시 나타난 것이다. 분명 서효진 눈치를 봐서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예전의 안재우는 겨울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던 사람이었고 강지연은 안재우의 다정함에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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