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기
강지연은 팀원들이 자신을 배척한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래층 식당으로 향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사무실에는 늘 강지연 혼자만 남아있었다.
양명훈이 매번 강지연 곁으로 다가와 업무 진행 상황을 물을 때마다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게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프로젝트의 단톡방에서 팀원들이 활발히 의견을 나눴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뚝 끊겼다.
강지연은 눈치챘다. 자기만 빼고 따로 단톡방을 만든 게 분명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상황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재무 실사를 진행하던 중 강지연은 상대 회사 장부에서 거액의 연구개발 비용 지출 내역을 발견했다.
강지연은 이 지출의 진실성에 의문을 품었고 상대 기업 기술 부서의 자료를 열람하여 확인해야만 했다.
그녀는 기술부의 여성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30대 초반이었고 고도 근시 안경을 쓰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일 처리하고 있는 그녀는 전형적인 이공대 여자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그날 아침 강지연이 자는 동안 험담을 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강지연은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임수미 씨, 수상한 지출 내역을 발견했는데 작년에 있었던 상대 기업의 모든 연구개발 프로젝트 자료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작년 연구개발 프로젝트 전체 자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임수미는 컴퓨터 화면에서 천천히 시선을 떼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차갑게 물었다.
“어떤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말하는 거예요?”
강지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체적인 명칭이 없어서 좀 수상해요. 연구개발 비용이 약 10억 정도 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상대방은 시선을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돌렸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강지연은 임수미가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약간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5분이 지났지만 임수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강지연은 초조해져서 다시 물었다.
“임수미 씨? 찾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