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가슴이 답답해
오전 부서 회의에서 양명훈은 회의 중에 직접 이 인수합병에 참여할 부서 인원을 발표했다. 단 한 명인데 바로 강지연이었다.
재무부에는 모두 22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강지연은 신입이었다.
연차나 경력으로 따지자면 도저히 그녀 차례가 될 리 없었다.
양명훈이 내놓은 이유는 강지연이 지난번 분기 대회에서 재무부를 위해 공을 세웠고 뛰어난 전문 실력과 순발력을 보여주어 회사 임원들에게도 만장일치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양명훈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에는 암암리에 파문이 일었다. 비록 누구도 회의 중에 속삭이지 못했지만, 그들의 얼굴에 펼쳐진 표정은 하나같이 의미심장했다. 놀람, 이해 불가, 분개, 그리고 잠자코 구경하는 사람들까지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고 눈치를 주고받으며 경멸하고 조롱하는 시선으로 강지연의 얼굴을 날카롭게 쏘아댔다. 강지연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날 오후 강지연은 노트북을 들고 양명훈의 뒤를 따라 재무부에서 최상층에 있는 대형 사무실로 옮겨갔다.
회사는 각 부서에서 핵심 인력을 차출하여 인수합병 팀을 구성했고 계약 협력을 위해 모든 사람은 같은 오픈식 사무실에 배치되어 인수합병 협상을 위한 철저한 실사 및 기타 준비 작업을 했다.
시간은 빠듯했고 업무량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쏟아졌다. 팀원들은 매일 밤늦게까지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강지연은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했다.
명목상 강지연은 양명훈을 보조했지만 사실상 양명훈은 매일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지 못했고 대부분 업무는 강지연 혼자에게 돌아갔다.
재무 실사를 위해서는 상대 회사의 재무 상태를 충분히 이해해야 했다. 인수합병 초기 단계에 참여하지 못한 그녀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다시 검토해야 했고 턱없이 부족한 시간은 그녀를 더 옥죄었다.
팀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는 마음 하나로 강지연은 아예 집에 가지 않았다.
깊은 밤까지 일하다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녀는 거의 며칠 밤낮으로 일했고 주말 이틀도 사무실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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