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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빨리 만나야 해

민해윤은 강지연이 들고 있는 것을 힐끗 보더니 일어서면서 담배를 비벼 껐다. “너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진우현 진짜 무서운 사람인 거 몰라?” 강지연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말했다. “이걸 핑계로 빨리 만나야 할 것 같아요.” 민해윤은 한숨을 쉬었다. “너 그거 호랑이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격이야.” 20분 뒤, 강지연은 다시 룸살롱 앞에 섰다. 꼭대기 층 룸 안에 있는 당구실에서는 남자 몇 명이 당구를 치고 있었고 분위기는 조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직원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진우현에게 말을 전했다. “진우현 씨, 지금 룸 밖에 진우현 씨를 만나고 싶다는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진우현 씨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진우현의 옆에 있던 키 큰 남자는 연주형이었다. 그는 그 얘기를 듣고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우현을 바라보면서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덜렁대는 거 아니에요?” 진우현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자신의 셔츠 소매를 힐끗 본 뒤 차갑게 말했다. “안 본다고 전해요.” 직원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몸을 돌렸다. “왜요? 몸까지 맞댄 사이에 왜 그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지금 날도 추운데 여기까지 찾아왔으니까 몸이라도 녹이게 안으로 불러들이지 그래요?” 연주형은 웃으면서 직원을 향해 말했다. “이 사람 말 듣지 말고 그냥 들여보내요.” 강지연은 다시 당구실 앞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진우현과 단둘이 만나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남녀 스무여 명이 있었다. 강지연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그녀의 시선은 이내 당구대 옆에 있는 남자들 중 진우현에게로 향했다. 진우현은 문을 등지고서 한 손에는 큐대를,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들고 여유롭게 서 있었다. 강지연은 정중하게 그의 이름을 부른 뒤 그가 몸을 돌리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진우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들의 시선이 강지연에게로 향했다. 강지연은 오는 길에 화장을 수정했다. 원래도 청순한 얼굴인데 화장을 하니 은근히 관능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청순함과 섹시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어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서 한 번 보면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나 5초가 흘렀는데도 진우현은 여전히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고 분위기가 적막해지면서 어색해졌다. 강지연은 걸음을 옮겨 진우현의 뒤에 선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현 씨, 진우현 씨 커프스단추가 저한테 있더라고요. 그래서 돌려드리려고 다시 돌아왔어요.” 강지연이 말을 마친 뒤, 넓은 당구실 안에서는 오로지 큐대와 당구공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강지연이 더 다가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익숙한 남자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놓고 가.” 그 말은 물건만 놓고 꺼지라는 뜻이었다. 강지연은 숨을 들이마시며 남자의 매정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직접 사과드리고 싶었어요. 오늘 밤 일부러 진우현 씨를 속인 건 아니었어요.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던 거라 부디 양해해 주셨으면 해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신다면 진우현 씨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강지연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미인인 그녀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하겠다고 말하니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주변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는 것만 같았으나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건 이따금 들려오는 큐대와 당구공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뿐이었다. 진우현은 큐대를 움직여 당구공 하나를 포켓에 넣었다. 당구대 위 마지막 당구공까지 전부 포켓에 넣은 뒤에야 진우현은 강지연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는 강지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강지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면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진우현이 입술을 달싹였다. “여기서 꺼져.” 강지연은 순간 동공이 흔들리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겉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강지연은 검은색의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깃을 바짝 세워서 목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코트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두 다리는 맨다리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코트 안에 옷을 입긴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동안 진우현을 덮쳤던 여자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옷을 벗으며 덮치려고 하는 여자는 강지연이 처음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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