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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벽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이상 그들과 시간 낭비를 할 수 없었기에 예나를 안고 특수 통로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런데 중간에 한 소녀가 뛰어나와서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나경아.” 송연아가 달려와 소녀를 안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예나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저거 줘.” 송연아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언니, 내 딸이 마음에 든다는데 가짜 하나쯤은 그냥 줘. 안 그러면 우리 집 하녀가 됐을 때 어떻게 지낼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 당연히 줄 리가 없었다. 송연아가 빼앗으려 하자 모퉁이에서 누군가 나와서 꾸짖었다. “오늘 가주님께서 파티를 여는데 누가 시끄럽게 굴어!” 한눈에 알아봤다. 윌리엄의 삼촌이자 그가 다음으로 처리해야 할 대상인 잭이라는 걸. 진시혁이 아첨하며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몰랐습니다. 마침 저희 아이도 여기서 생일 파티를 하는데 가주님의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까요?” 진시혁이 몰래 수표를 건네자 잭은 금방 웃음을 지었다. “물론이지.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안 돼.” 진시혁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송주희, 그때 네가 조금만 눈치껏 굴었어도 오늘 내가 데리고 들어간 건 분명 너였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넌 지금 명분 없는 애인일 뿐이야. 사생아를 낳았어도 나와 함께 설 자격은 없으니 난 연아를 데리고 들어갈 거야.” 송연아가 고개를 쳐든 채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모리타 가족 파티는 외부인 출입 금지야. 행운을 빌게.” 말을 마친 뒤 돌아서서 특별 통로로 들어갔다. 주변이 조용해진 후 문득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과거 진시혁은 나를 아주 사랑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내연녀와 그 사생아인 송연아를 데려왔다. 10년 넘게 송연아 모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나를 진시혁이 지켜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기쁜 마음으로 그와 결혼식을 올리려던 날, 진시혁은 사람을 시켜서 내 웨딩드레스를 벗기고 직접 송연아에게 입혔다. “명분은 네가 갖고 사랑은 연아에게 줄 거야. 결혼식 마치면 바로 너와 혼인신고 할게.” 진시혁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알았다. 나를 사랑하던 진시혁은 이미 죽었다는 것을. 그래서 망설임 없이 어머니의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와 거래했다. 내가 그녀의 식물인간 아들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면 그녀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되찾는 걸 도와주기로. 그날 모리타의 비행기가 나를 로드아일랜드로 데려갔다. 식물인간이 된 윌리엄을 위해 시험관으로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서. 아이가 1살이 되었을 때 윌리엄이 병상에서 깨어났다. 이 관계가 그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윌리엄은 나를 행운의 여신이자 자기 아내라며 절대 놓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화목하게 지냈고 얼마 전에는 자연 임신으로 둘째를 가졌다. 송씨 가문을 되찾기 위해서만 아니었다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고 진시혁은 나를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흐트러진 옷을 간단히 정리했다. 휴대폰에 남편이 문 앞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걸 보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딸을 찾으러 가려다가 아이의 비명을 들었다. 허둥지둥 예나를 찾아갔을 때 송연아가 예나의 어깨를 꽉 움켜쥐고 그 딸인 진나경이 예나 위에 걸터앉아 얼굴을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나는 분노하며 그들을 밀쳐내고 예나를 꼭 안았다. 예나의 얼굴은 벌써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목에는 조른 듯한 멍이 들었지만 아이는 울지도 않고 버텼다. “엄마, 저 사람들이 내 목걸이를 빼앗으려고 했는데 내가 포크로 아프게 찔렀어요.” 예나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진시혁이 옆에서 찌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경이가 그 가짜 목걸이를 원한다는데 그냥 줘. 송주희, 너는 지금 내 내연녀일 뿐이야. 네 위치를 똑똑히 알아둬.” “난 결혼했다고 말했잖아.” 차갑게 진시혁을 노려보았다. 과거 그가 나를 지켜줬던 걸 생각해서 굳이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 딸을 이렇게 괴롭혔으니 과거와 현재의 원한까지 함께 돌려줄 생각이었다. 진시혁은 날카로운 내 눈빛에 한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다가와 예나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 내가 그런 그의 손을 쳐냈다. “이제 그만하지? 몰래 나를 찾으러 들어와 놓고 만약 들키면 어떻게 될지 생각도 안 해봤어? “ 진시혁이 화가 나서 나를 잡으려 하자 송연아는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사람 좀 불러요! 여기 도둑이 섞여 들어왔어요!”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송연아는 내 품에 안긴 예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도둑이 가주님의 블루 하트를 훔쳐 갔어요!” 잭이 굳은 얼굴로 다가와 진시혁에게 물었다. “당신 내연녀라고?” 진시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와 이 여자는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진시혁의 말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과거 나를 위해 모든 걸 내던졌던 그 소년은 이미 죽었고 지금의 진시혁은 그저 겁쟁이에 불과했다. “그럼 내쫓아! 가주님이 이미 문 앞에 계시는데 감히 그분을 화나게 하려는 거야?” 잭이 말을 마치자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예나를 안고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둬! 나는 윌리엄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아가 재빨리 달려들어 내 뺨을 때렸다. “감히 가주님의 이름을 부르다니!” 입가에 피가 맺히며 내 눈빛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송씨 가문과 엄마의 모든 것만 되찾을 생각이었는데 이젠 송연아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았다. 사흘 뒤엔 송연아가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빼앗을 것이다. 송연아가 다시 때리려 했지만 내가 재빨리 그녀의 손을 낚아챈 뒤 맞았던 따귀를 되돌려주었다. 혼란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지며 허리를 굽힌 채 문 쪽을 향해 인사했다. 오직 나만 예나를 안은 채 똑바로 서 있었다. 진시혁이 살며시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누가 가주님을 똑바로 보라고 했어? 송주희, 자꾸 이러면 나도 널 지켜줄 수 없어.” 진시혁을 무시한 채 자리에 똑바로 서서 남자가 내게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두 숨을 죽인 채 ‘도둑’인 내가 망신당하는 꼴을 보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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