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윌리엄이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온몸으로 강렬한 압박감을 풍기니 아무도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내 몸을 훑었다. 고소하다는 듯한 송연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넌 끝났어, 송주희. 가주님께서 너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가운데 나는 윌리엄의 눈빛 속에서 걱정과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모녀 앞에 다다른 그가 걸음을 멈췄다.
내 품에 안긴 딸을 보자 윌리엄의 온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무슨 일이지?”
그가 차갑게 물었다.
입을 열기도 전에 송연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이 여자 때문이에요! 이 여자가 감히 이 잡종이 가주님 아이래요!”
“잡종?”
윌리엄은 그 말을 되뇌며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지팡이를 살며시 문질렀다.
잘 알고 있다. 이 행동은 윌리엄이 분노를 터뜨리기 직전이라는 징조임을.
나와 딸을 무척이나 아꼈던 윌리엄은 전화로 무심코 보고 싶다는 말만 해도 특별히 개인 전용기까지 타고 로드 아일랜드로 날아와 우리를 만나곤 했다.
내가 튤립을 좋아하니 로드 아일랜드 전체를 튤립밭으로 만들었다.
밤에 예나가 잠들지 못할 때면 밤새도록 딸을 달래주곤 했다.
윌리엄은 나와 딸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며, 우리가 어떤 억울함도 겪지 않게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모리타 가문의 가족 파티에서 누군가가 감히 나와 딸에게 이런 짓을 저질렀다.
윌리엄의 눈빛에 살기가 번뜩이자 나는 살며시 다가가 그의 분노를 달래려 했다.
“윌리엄...”
이름을 부르는 순간 송연아가 갑자기 내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망할 년, 네까짓 게 감히 가주님의 이름을 부르다니! 다들 이 망할 년 좀 내쫓아요. 가주님의 눈 더럽히지 않게!”
송연아는 몰랐다. 그 말을 뱉는 동안 윌리엄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시체를 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걸.
송연아가 소리쳤지만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윌리엄 뒤로 걸어갔다.
“나 대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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