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선생님...!”
유하준은 정신이 번쩍 들어 거의 휘청거리듯 뒤따라 달려나가더니 법원 정문 앞에서 막 차에 오르려던 성석진을 붙잡았다.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두 사람의 어깨를 적셨다.
유하준은 그대로 차 앞까지 달려가 머리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잊은 채,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님께도 나정이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그는 한 번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마치 모든 힘을 짜내듯 단단하게 말끝을 눌러가며 말했다.
“남은 제 인생을 다 걸고... 꼭 갚겠습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성석진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는 유하준이 예상했던 분노도, 꾸짖으려는 기색도 없이 그저 긴 세월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함과, 깊은 피로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성석진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말을 잘랐다.
“...하준아, 난 너 원망하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말에 유하준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성석진은 빗줄기 너머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투명한 눈빛이 모든 걸 꿰뚫어 보는듯했다.
“검사의 입장에서 넌 당시의 증거들을 근거로 판단을 내렸고 그건 네 책임이자 역할이었어. 법 앞에서는 증거가 최우선이라는 거, 나도 잘 안다.”
그 말에 유하준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하지만 성석진의 목소리는 곧이어 무겁고 단호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는 그 모든 걸 용서할 수 없어. 어릴 적부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꼈던 내 딸이 네 곁에서 그렇게 많은 상처를 받고도 꾹 참고 살아야 했다는 걸... 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정이 무너지고 혼자서 그 고통을 감당하면서도... 끝내는 날 살리기 위해 자신의 결혼마저 거래 수단으로 써야 했던 그 애를 생각하면...”
그는 말끝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준아, 법원은 나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법은 내 결백을 밝혀줬다. 하지만 너와 나정이 사이의 일은... 그 상처는 한 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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