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유하준의 모습이 계단 끝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문이 조용히 닫히며 안과 밖, 두 개의 세계가 단절되었다.
팽팽하게 조여 있던 신경이 한순간에 끊어지듯 성나정은 온몸의 힘이 풀려 나른해졌다.
차가운 벽을 따라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칼은 ‘챙’ 소리를 내며 옆으로 떨어졌다.
죽다 살아난 듯한 탈진감이 전신을 휩쓸었고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유하준이 그녀를 억지로 밀어붙이려던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다름 아닌 고백현이었다.
언제나 능청스럽고 비꼬듯 웃던 그 남자, 하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던 얼굴이었다.
그녀를 망설임 없이 감싸며 앞에 서주던 모습, 자신이 있는 한 유하준은 손끝 하나 댈 수 없다던 그 말에 담긴 확신, 그리고 마지막에는 걱정과 분노를 담은 눈빛을 뒤로 한 채 애써 감던 모습까지...
그 모든 장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두려움과 차가움으로 얼어붙은 성나정의 가슴 어딘가에 낯설고도 아릿한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정말로 어릴 적부터 끝없이 티격태격하며 싸워왔던 그 소꿉친구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처음으로, 이 억지로 끌려온 사흘이 길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성나정은 여전히 긴장을 품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거실에 앉아 있는 유하준은 이미 식사를 준비해 둔 뒤였다.
어젯밤의 그 악몽 같은 일은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식탁 위에는 정갈한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 밑은 검게 꺼져 있었고 말끔하던 얼굴은 한층 수척해 보였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곧 유하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성나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감정을 감추더니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깼구나. 밥 먹어.”
성나정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차갑게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유하준은 그녀의 냉랭한 시선 아래 한 박자 늦게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아주 미세한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임수아가 널 만나고 싶어 해.”
성나정의 미간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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