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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하준의 말은 마치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감정을 내리쳐 짓밟는 듯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한 줌의 다정함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수아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성나정에게는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아직도 이 남자의 손길과 그 흔해빠진 다정함에 흔들렸다고?’ 성나정은 비웃음을 터뜨렸고 쉰 목소리였지만 단호했다. “유하준, 꿈 깨. 내 두 손을 잘라 개한테 주는 한이 있어도 임수아 씨한테는 안 줄 거야.” 유하준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손길만큼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이건 협상이 아니야. 네가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까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해. 선택은 없어.” 그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수술은 3일 뒤로 잡을 거야. 너한테 위험한 수술은 아니야.” 그날은 마침 성나정이 결혼식에 난입하기로 한 날이었다. 유하준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젖히고 몸을 기울여 그녀의 옆에 앉더니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마치 과거 수없이 다정하게 맞닿았던 순간처럼 성나정을 품에 가두었다. “이제 그만하자, 알겠지?” 성나정은 몸이 굳어버렸다. 다친 다리와 쇠약한 몸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의 품은 예전에 가장 따뜻한 피난처였지만 지금은 형벌보다 더 숨 막혔다. “이거 놔!” 그러나 유하준은 오히려 더 꽉 끌어안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앞으로 수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그냥 각자의 삶을 살자.” 낮고 안정된 목소리는 마치 두 사람의 미래가 다시 열릴 수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설득력 있었다. 성나정은 더 몸부림치지 않고 그저 돌처럼 굳은 채 유하준의 품에 갇혀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유하준, 기억나? 우리 결혼식 날, 네가 부모님 앞에서 한 맹세.” 잠시 침묵하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억하지. 평생 너와 성씨 가문을 지킨다고 했잖아.” 성나정은 2년 전의 유하준을 떠올렸다. 말은 서툴렀지만 눈빛만은 따뜻하고 너그러웠던 남자. 그러나 그는 약속을 저버리고 성나정을 상처와 파탄 속에 밀어넣었다. 그녀의 눈빛에 드러나 있는 좌절과 차가움을 알아차린 유하준이 입을 열기 전,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실 누군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성나정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유하준,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오늘 병원에서 하루만 나랑 있어. 다른 사람은 만나지 말고. 그러면 생각해 볼게.” 유하준은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 짧은 찰나, 성나정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정적, 무언의 판결. 그리고 성나정은 안다. 유하준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전화는 한 번, 두 번 끊어지더니 곧이어 임수아가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유하준은 결국 그녀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정아, 이건 한 사람의 생명이야. 그냥 둘 수 없어. 수술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그 말만 남기고 유하준은 늘 그렇듯 성나정에게서 등을 돌렸다. “넌 줄 수 없어. 우린 절대 돌아갈 수 없어. 난 곧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니까. 기회를 줬던 건 나야. 그리고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너고.” 성나정은 뒤돌아 떠나가는 유하준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이 좀 생겼어. 지금 바로 나 데리러 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답장. [위치, 시간.] 항상 그렇듯 짧고 정확했다. 성나정은 병원 주소와 시간을 보내고 확실한 답장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숨을 고르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이틀 동안 유하준은 오지 않았다. 오늘은 그녀의 수술 날이자 출국 마지막 기한이었다. 수술 당일, 유하준은 간신히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수술실 문 앞에서 성나정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유하준, 사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 “난 너랑 결혼한 거 진심으로 후회해.” 그 말만 남긴 그녀는 유하준의 반응조차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홀로 남겨진 그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닫혀가는 문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끝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솔직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일이 끝나면 성나정은 안전해지고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유하준은 몰랐다. 성나정이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뒤쪽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는 것을. 무거운 문을 지나 밝은 햇살 아래로 나왔을 때, 하얀 스포츠카가 정확히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이내 차창이 내려가고 잘생겼지만 장난기 어린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백현은 흐트러진 성나정의 모습을 보고 씩 웃더니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바보야, 스스로를 이렇게 망가뜨리면 어떡해? 빨리 타, 내 결혼 빼앗으러 온 여자를 데리러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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