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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 복도의 등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신승우의 눈동자가 짙은 먹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 신지영이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투덜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요. 민희 언니도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헤어진 지가 언젠데요. 오빠도 이제 그만 잊을 때 됐어요.” 화장실에 가려고 막 문을 열고 나오던 송찬미는 예기치 못하게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가 나온 것을 보고 신승우의 시선이 향했다. 신지영도 그녀를 돌아보았다. “찬미야, 벌써 나왔어? 아주머니랑 얘기 더 안 하고?” 송찬미는 신승우의 시선을 피했다. 마치 남의 대화를 엿듣다 걸린 사람처럼 조금 찔렸다.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나 화장실 좀.” “아, 어, 그래.” 송찬미는 신승우의 옆을 지나가며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신승우는 여자의 가느다란 뒷모습이 복도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눈빛이 깊어졌다. ... 송찬미는 엄마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누다 병원을 나왔다. 벌써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부산의 겨울도 꽤 추웠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이 자잘한 눈발과 함께 스쳐 지나가자 송찬미는 몸을 떨며 패딩 점퍼의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그때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고 운전기사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 신지영이 말했다. “찬미야, 일단 타. 오빠가 네가 묵는 곳까지 데려다줄 거야. 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 “알았어.” 송찬미가 차에 오르자 신승우도 바로 뒤따라 탔다. 차는 밤거리를 미끄러지듯 달렸고 창밖으로 네온사인이 휙휙 지나갔다. 차 뒷좌석은 독립된 두 개의 좌석으로 되어 있었다. 신승우는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송찬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승우 오빠, 엄마한테 이렇게 좋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남자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는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별거 아니야.” 송찬미는 입을 달싹이며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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