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섣달그믐날, 송찬미는 고마움의 표시로 신승우에게 직접 요리해 주기로 했다.
신영 그룹의 직원들은 벌써 고향으로 내려가 연휴를 보냈지만 사장인 신승우는 여전히 바빴다. 요 며칠 집에 있긴 했지만 매일 메일에 답장하고 계약서를 확인하고 프로젝트 서류를 심사했다. 이와 달리 무척 한가한 신지영은 매일 송찬미의 곁을 지켰다.
오후가 되어 송찬미는 서재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안에서 신승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승우는 송찬미를 등지고 창문을 마주한 채 통화하고 있었다.
“이 일은 토론할 여지 없어요. 법에 저촉되는 짓을 할 때 오늘이 있을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어야죠. 누가 부탁하든 소용없어요.”
신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똑똑히 알려요. 사법 절차에 관여하면 관여한 사람까지 한꺼번에 보내주겠다고요.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사람 있을까요?”
이 말을 뒤로 신승우는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렸다.
송찬미는 신승우가 통화하는 걸 보고 얌전히 기다리다가 통화가 끝나서야 입을 열었다.
“승우 오빠, 오늘 섣달그믐날이잖아요. 도움받은 게 너무 고마워서 요리라도 해주고 싶은데 혹시 가리는 음식이 있나 해서요.”
신승우는 송찬미가 직접 요리하겠다고 나설 줄은 몰라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요리는 있지. 제육볶음, 조기구이, 새우튀김, 왕갈비탕, 오이소박이를 좋아해. 양고기, 그리고 청경채를 싫어하지.”
송찬미는 자신과 비슷한 신승우의 입맛에 살짝 놀랐다. 송찬미도 그 요리들을 좋아했지만 양고기를 먹지 않았다.
송찬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생선은 가리는 거 있어요?”
송찬미가 다시 물었다.
“없어.”
“알겠어요.”
이 말을 뒤로 송찬미는 서재에서 나와 아줌마에게 요리에 쓰일 식자재를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오후에 신씨 가문의 지인이 값비싼 해산물을 보내왔지만 킹크랩과 보스턴 랍스터는 전에 먹어본 적이 없어 어떻게 조리해야 할지 몰라 바로 진미화에게 맡겼다.
송찬미는 자주 먹는 반찬 몇 개를 만들고는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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