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마주 앉은 곽도현이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가볍게 넘기고 시선을 올렸다가, 마침 눈을 흘기는 송찬미와 눈이 딱 마주쳤다.
송찬미는 순간 멈칫했다.
‘이런, 하필이면 상사한테 딱 들켜버릴 건 뭐람. 혹시 본부장님을 흘겨봤다고 오해하는 거 아니겠지?’
그런데 곽도현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걸린 웃음이 조금 더 짙어졌다.
송찬미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얌전히 밥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식사가 끝나 갈 무렵 술을 잔뜩 들이켰던 장준하는 이미 꽤 취한 상태였다.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고 혀는 더더욱 거침없이 놀았다. 그는 갑자기 잔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다들 잔 한 번 들죠! 이렇게 좋은 회사 들어오려고 죽어라 공부하던 그때의 우리 자신을 위해 건배 한 번 합시다!”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잔을 들고 화답했다.
황지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 왠지 또 시작할 것 같은데요.”
역시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준하의 시선이 송찬미에게로 향했다.
그는 호탕한 척 웃으며 말했다.
“저는 세연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이 비서 자리 하나 얻으려고 진짜 오만 가지 관문을 다 뚫고 겨우겨우 들어왔는데, 송 비서는 운도 참 좋아요. 학부만 졸업하고 바로 신영 그룹에 들어오다니.”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 안의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송찬미에게 쏠렸다.
곽도현의 미간이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그는 이런 식으로 속 좁게 구는 직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옆에서 아부를 떠는 건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다른 직원을 깎아내리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곽도현은 신입을 괴롭히거나 사소한 권력 놀음을 하는 분위기를 특히 싫어했다.
온화하던 눈매에 서늘한 빛이 스며들며,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면접 과정은 전부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도 찬미 씨가 면접 보던 영상을 직접 확인했어요. 질문마다 아주 성실하게 잘 대답했습니다. 준하 씨가 뭔가 불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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