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장준하가 그 소리를 내뱉자마자, 송찬미는 바로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눌렀다.
탕비실 문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장준하와 남자 한 명이 문을 등지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찬미는 살금살금 다가가 휴대폰을 문틈 사이로 쑥 집어넣었다.
남자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이야? 설마 너 지금 말하는 게...”
“그래, 네가 생각하는 거 맞아.”
장준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 어제 오후에 여자친구랑 쇼핑하러 갔거든? 내가 뭘 봤는지 맞혀 볼래?”
“설마 그 스폰서 본 거야?”
“비슷해.”
장준하가 혀를 차듯 말했다.
“내가 어제 길가에서 송찬미가 검은색 레인지로버 타는 거 봤거든. 딱 봐도 스폰서 차잖아.”
남자가 말했다.
“아닐 수도 있잖아. 아버지일 수도 있고.”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장준하가 코웃음을 쳤다.
“예전에 내가 몰래 인사 자료 본 적 있어. 한부모 가정에 아버지도 없고 주소도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시골 구석이더만.”
그는 노골적으로 깔보는 투로 말을 이었다.
“그런 촌구석 출신에 집 형편도 안 좋고 아버지 사랑도 못 받고 자란 애들이 제일 위험하거든. 나이 먹은 아저씨가 말 몇 마디 잘해 주고 돈 좀 쓰면 금방 선 넘지 뭐.”
옆에 있던 남자가 혀를 차며 맞장구쳤다.
“그럼 진짜 스폰서 있을 수도 있겠네. 와, 송찬미 겉으로는 되게 청순한 척하더니, 뒤로는 누군가의 애인 노릇을 하고 있었네?”
“그러게 말이야. 레인지로버 탈 정도면 나이도 좀 있을 텐데, 그 스폰서 거의 아빠뻘 아냐? 하하하하.”
“에이, 사람 겉모습만 보고는 진짜 모르는 거네.”
“요즘 여자들 말이야. 생긴 게 조금만 봐 줄 만해도, 스폰서 하나쯤 없는 애가 어딨냐?”
장준하는 끝도 없이 깎아내렸다.
“내가 그래서 말한 거야. 회사가 도대체 왜 내 여자친구는 떨어뜨리고 걔를 뽑았는지. 내 여자친구는 석사 학위야. 얘는 겨우 학부 졸업이잖아. 스폰서가 없으면 어떻게 내 여자친구를 이겨.”
“그 말도 일리가 있네.”
쾅.
송찬미가 힘껏 문을 밀어젖혔다.
갑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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