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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밤이 되자 예하늘은 혼자 한빛시 최고의 바에 갔다. 그녀는 가장 비싼 클럽을 통째로 빌렸고, 샴페인을 병째로 열어 모두에게 대접했다. 귀청을 때리는 음악,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 그녀는 예전의 제멋대로이고 무심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마음속 거대한 빈자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고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한 몽롱함 속에서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람들 속에서 그는 자신을 안고 하늘로 치솟는 불길을 뒤로 한 채 성큼성큼 걸어갔었다. 추억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환하게 켜지는 것을 보았다. 기도훈이 보낸 단 몇 글자인 문자였다. [집에 왜 없어? 어디 갔어?] 기도훈이 처음으로 신분을 낮춰 먼저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전 같았으면 그녀는 기뻐 날뛰며 답장을 잔뜩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무표정한 채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예하늘은 호텔로 갈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로 나섰다. 옆 골목에서 불량배 몇 명이 건들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저속한 말을 건네왔다. “예쁜이, 혼자야?” 그들을 돌아보아 보는 예하늘의 아름다운 눈에는 증오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중 한 명의 뺨을 때렸다. “예쁜이는 개뿔!” “더러운 년! 죽고 싶어?” 순간에 분노한 건달이 주먹을 들어 갚아주려 했다. 그 손길은 결국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기도훈이 거칠게 남자의 손목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꺼져.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야.”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위엄이 넘쳤다. 그 건달들은 기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괜히 건드렸다가는 일을 크게 만들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씁쓸하게 물러났다. 예하늘은 흐릿한 눈으로 기도훈을 바라보았다. 번쩍이는 불빛 속에서 남자의 모습은 여러 개가 겹친 듯 보였다. 그녀는 그의 갈색 눈동자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 안에서 감정의 동요라도 읽어내려 했다. 분노나 짜증이라도 좋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잔잔했고, 마치 방금 희롱당한 것이 그의 아내가 아닌 듯했다. 그는 마치 길에서 곤경에 처한 낯선 사람을 돕는 행인이라도 되는 듯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채며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희롱당했어요. 그런데 왜 도훈 씨는 늘 그런 시체 같은 얼굴을 하는 거죠? 왜요?” 기도훈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손 위에 얹더니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가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면 이런 곤란한 일은 겪지 않을 거야.” 순간, 억울함이 쓰나미처럼 그녀를 덮쳤다. ‘내가 뭘 잘못했지? 네가 가장 더러운 거래를 하면서 왜 도덕의 정상에 서서 나를 비난하는 거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녀는 감정이 완전히 폭발하여 그의 손등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피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기도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그저 깊어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상관하지 않길 바라?”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했다.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짓은 하지 마.” 예하늘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끝없는 슬픔이 눈물과 함께 올라와 치아가 떨릴 정도로 아팠다. 그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말과 마음이 다른 그녀의 속마음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차가운 관객처럼 곁에 선 채 조용히 그녀가 절벽으로 떨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목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눈물을 닦고 마지막 남은 하찮은 희망을 담아 나지막이 물었다. “기도훈 씨, 만약 제가 임신하면 도훈 씨의 눈빛이... 단 한순간이라도 저를 위해 머물러 줄 건가요?” 거의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정유리의 비명이 타이밍 좋게 들려왔다. 몇몇 술 취한 남자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정유리가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날 건드리지 마! 사람 찾으러 왔단 말이야!” 기도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예하늘이 뭐라고 물었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그는 뛰쳐나갔다. 아까의 침착하고 자제심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하늘은 그가 미친 짐승처럼 달려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남자들을 밀치고 주먹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평소의 고귀함과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었다. 한 번, 두 번, 그의 주먹이 날아갈 때마다 그것이 예하늘의 심장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남자가 다시 정유리를 위해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을 본 예하늘은 마음속 마지막 희망마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구나.’ 그 질문의 답이 무엇이든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눈앞의 광경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더니 흩어졌다.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지며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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