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하태원은 방세린의 완강한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빼 두었던 반지를 다시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방세린은 힘 빠진 얼굴로 그 손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태원 씨는 이미 약혼했잖아요. 지금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죠?”
하태원은 마치 잃었던 보물을 되찾은 듯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입을 열었다. 그 첫마디는 방세린을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
“세린아, 나 약혼 취소했어.”
숨이 턱 막힌 방세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차에 타고서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시선을 피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래? 이번에는 또 어느 집 아가씨로 바꿨는데?”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젠 정말 혼자가 된 거야.”
그러고는 여유롭게 방세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세린아... 이제 날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밤은 깊어져 갔고 방세린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머릿속은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했던 터라 차가 어느새 병원 앞에 멈춰 선 것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하태원은 직접 안전벨트를 풀어주려는 듯 입술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순간, 그녀는 본능처럼 몸을 틀어 입맞춤을 피했다.
“세린아, 괜찮아.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해.”
하태원은 용서를 구하는 사람치고는 조급함 하나 없이 여유만만하게 말하며 그녀를 내려주었다.
방세린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병원 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평소보다 급한 걸음걸이가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 홀로 남은 하태원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 같은 동생 주성태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조금 전, 그녀가 키스를 거부하며 고개를 돌린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어서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뭐예요, 이거? 약혼도 깨더니 전 여자친구랑 다시 불붙은 거예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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