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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말을 하는 동안 송주아의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하태원의 코끝을 스쳤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점점 더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아야, 엄마랑 먼저 들어가 있어.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송주아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조여진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다만 아쉬운 듯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태원 오빠, 빨리 와야 해. 진행 순서 같이 맞춰봐야 하잖아.” 하태원은 무표정하게 짧은 대답을 남기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그는 곧장 화장실이 아닌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옥상은 텅 비어 있었고 거센 바람이 몰아쳐 와 답답함마저 날려버릴 듯했다. 하태원은 손으로 바람을 가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콧속이 뜨겁게 채워지고 니코틴이 서서히 퍼지며 눌려 있던 가슴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 그가 서 있는 이곳은 운성시의 이름난 5성급 호텔이었다. 지금쯤 홀 안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그의 부모님과 송주아의 부모님은 찾아온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할 터였다. 약혼녀 송주아는 준비실에 홀로 앉아 긴장과 설렘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잠시 후 함께 무대에 올라 약혼식을 치르기 위해. 이 날이 오리라는 건 하태원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가정을 이루고 사업을 시작할 나이가 된 지금, 하씨 그룹에 도움이 될 명문가 출신의 아내를 맞이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일이었다. 친척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녀를 자신의 약혼자로 선언하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왜 지금, 그는 도망치듯 옥상에 숨어 있는 것일까? 오랜 망설임 끝에 하태원은 휴대폰을 꺼내 방세린과의 통화 기록을 열었다. 위로 스크롤을 올리자 보이는 건 전부 자신이 걸었던 기록뿐이었다. 두 사람이 헤어진 뒤, 방세린은 단 한 번도 먼저 전화를 걸어온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런 고집 센 여자였다. 손가락에 낀 담배는 너무 오래 타들어 가 재만 툭툭 떨어졌다. 하태원은 정신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뒤, 마침내 방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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