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눈 깜짝할 사이에 약혼식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하태원과 송주아의 관계는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인 행사는 한 번도 없었다.
이제 치러지는 약혼식은 곧 하씨 그룹과 송씨 그룹이 정식으로 혼인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송주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감정이 마침내 풀려나간 듯 해방감이 몰려왔다.
결혼은 여자의 두 번째 환생이라고들 한다. 과거 그녀의 진짜 정체가 드러났을 때, 운성시 사교계에서 그녀를 탐탁지 않게 보던 이들은 뒤에서 그녀를 비웃었다.
운성시에서 몇 년간 오만하게 군 것도 결국 허세였다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가짜였다고 떠들어댔다.
뼈아픈 말이었다. 반박조차 할 수 없었기에 송주아는 이를 악물고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녀는 곧 하태원의 약혼자가 될 것이다.
하태원은 외모와 능력 모두에서 최고였으며 운성시 사교계에서 누구나 탐내는 결혼 상대였다.
비록 송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 해도 그와 결혼하는 순간 송주아를 업신여길 이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것은 곧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과 같았다.
송주아는 도착한 축복 메시지를 대충 훑어본 뒤 차갑게 웃으며 휴대폰을 덮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녀의 신분을 알아 보고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아가씨, 피부가 정말 곱습니다. 제가 모셨던 손님 중 이렇게 좋은 피부는 처음이에요. 파운데이션 없이도 바로 눈화장만 해도 될 정도네요.”
과장이 섞인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송주아는 기분이 좋았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화장 잘했네. 끝나고 내 비서한테 사례금 받아 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눈이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역시 이렇게 착하고 관대하신 분이니 하 대표님 같은 훌륭한 분을 만나시는 거겠죠.”
송주아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한마디가 그녀의 허영심을 단번에 채워주는 듯했다.
화장이 한창이던 그때, 조여진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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